17년차 간호사, 대학병원 퇴사 이유 7가지
저는 올해 22년 차 간호사입니다.
중간에 2년 휴식기를 포함하면 24년 차가 되겠네요^^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에 입사해서 17년 차에 퇴사.
2년간 휴식하고, 중소병원에 재취업 5년 차입니다.
우선 대학병원은 오랜 근무기간만큼, 중간에 이사도 여러 번 다녔기에
출퇴근은 최소 30분에서 1시간까지 걸리는 거리에 거주했습니다.
그리고, 근무하면서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고, 분만휴가도 해보고
육아휴직도 했었지요^^
재취업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 내에 있는 곳이라
출퇴근 거리가 차로 10분이면 가능해서 시간적인 매리트가 너무 좋습니다.
제가 대학병원을 퇴사한 이유는 정말 다양한 이유가 있었는데요.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퇴사를 고려하거나 실제로 퇴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요즘 같으면 정말 신중하게 퇴사를 결정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우선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퇴사를 하는 주요 원인을 먼저 찾아봤는데,
저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 3교대 근무로 인한 건강 문제
불규칙한 근무 스케줄과 야간 근무로 인해 수면 장애, 호르몬 불균형,
생리 주기 불순 등의 건강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피로를
가중시켜 퇴사를 고려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저는 야간 근무를 해도, 낮에 잘 잤기 때문에
건강문제는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머리만 대면 자는 스타일이고, 원래 건강한 체질이라
괜찮았던 거 같습니다.
물론 아이가 크면서, 낮에 잠을 잘 잘 수 없었을 때에는
컨디션이 나빠짐을 느꼈고, 근무도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친정 부모님과 가까이 살았고,
남편도 육아에 큰 도움을 주었기에 아이를 낳고도
9년이나 더 근무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2. 높은 업무 강도와 체력 소모
대학병원은 중증 환자가 많아 업무 강도가 높습니다.
간호사들은 간호 업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업무를
함께 수행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신체적 부담을 초래합니다.
물론 대학병원이 업무 강도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거 같습니다.
업무의 강도가 높아서 체력적인 부담으로
나는 급여가 줄어도 좀 편하게 일하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퇴사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업무의 강도는 퇴사의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나서, 재취업을 할 때는, 급여가 적으니
일은 대학병원보다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퇴사를 해보시면 알게 되겠지만, 급여가 적다고 해서,
일이 편하고 업무 강도가 절대적으로 낮은 것은 아닙니다.
3. 직무의 창의성 및 발전 가능성 제한
간호 업무는 일정한 패턴의 반복이 많아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고, 경력이 쌓여도 업무 내용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는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하여
퇴사를 고려하게 만듭니다.
이 부분은, 대학병원 전체의 경우라기보다는,
케이스마다 차이가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개인이 성장을 하더라도, 근무하는 곳에서 그 성장을
다 흡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의료계는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분야이기 때문에, 개인이
꾸준히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성장하고 더 발전하면서
업그레이드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대학병원의 간호사라면, 꾸준히 근무지 관련 학회도 다니고
변화를 추구하며 근무하는 곳을 개선시키고,
더 업그레이드를 시키는 활동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개선되고 발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때에는 근무를 해도
만족감이 컸었는데, 점차 한계를 느끼게 되니
좌절하게 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승진이 정체되어 있는 것도, 발전 가능성에
제한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4. 직장 내 인간관계 및 조직 문화
병원 내 군대식 문화, 선후배 간의 갈등, 험담 등은
정서적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특히 '태움' 문화로 불리는 신입 간호사에 대한
교육 방식은 큰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오랜 기간 동안 많이 개선이 되고 있는
부분이라, 일부 개인이나 근무지가 어딘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에는 '태움'에 대한 인지가 높아져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었고, 현재에도 변화되고 있습니다.
인격적인 태움이나, 부당한 태움은 문제가 되지만,
생명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적절한 업무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조직문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절한 지도와 인격을 존중하는 문화가 잘 발전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수간호사가 되어도 태움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사실 더 승진하기도 어렵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상급자의 인격의 문제도 분명히 작용을 하겠지요.
어떻게 보면 상급자도 주기적으로 바뀌니까 저의 경우에는
퇴사할 정도의 사유는 아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직접적인 상급자였던 수간호사 선생님들은
모두 좋은 분들이셨고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5. 낮은 보상과 복지
업무 강도에 비해 급여가 낮거나, 연봉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상근직으로 전환 시 급여가 감소하는 등의
문제로 인해 경제적 불만이 쌓입니다.
하지만 업무에 만족할 만한 급여를 받기란 어렵습니다.
어딜 가나 일하는 만큼, 업무의 강도만큼 급여를 주는 것은
중소병원이나 개인병원이 더 심할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말이지요.
대학병원 급은 정부의 지원이나, 의료 정책에 따른
영향을 더 많이 받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깊이 아는 부분이 아니므로 패스하도록 하겠습니다.
요즘은 급여나 복지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으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하는 것만큼 100% 받으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것, 내가 받을 수 있는 것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하는 편이 좀 더 이상적이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6. 개인 생활과의 균형 부족
불규칙한 근무로 인해 가족 및 친구와의 시간 조율이 어렵고,
개인 생활을 즐기기 힘듭니다. 이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이 부분은 사실 가장 큰 문제입니다.
3교대를 하다 보니 가족들과 주말을 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게 됩니다.
아이들이 클수록 이 부분이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내가 만족할만한 급여가 보장된다면, 이 부분도
어느 정도는 양보하고 맞춰나가면 되는 부분입니다.
매 주말마다 가족들과 나들이를 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가족들과 맞추어서
여행을 한번 가기가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7.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간호사로서의 경력이 다른 분야로의 전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커리어
발전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합니다.
간호사로서 근무를 하더라도, 저는 한 병동에서만
16년을 근무했기 때문에, 지금 다른 병원에 근무를 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부서를 많이 경험해 볼 걸 하는 후회는 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로의 전환이라고 한다면, 병원이 아닌, 아주 다른 분야를 말할 텐데,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더라도, 근무하는 동안 다양한 부서를
경험한다면, 분명히 도움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살까지 병원에 근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고민은 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연차가 낮은 직원을 선호한다는 생각은 듭니다.
제가 퇴사를 한 이유는 종합적인 것들의 총합이네요^^
1) 개인 생활과의 균형이 부족하다, 심지어 오프인 날에도
연차가 올라갈수록 병원에 더 많이 신경 쓰게 된다.
2) 같은 시간을 하는데 다른 일을 하는 사람 중에는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3) 내가 배운 것을 근무지에 적용하는데 점점 한계가 있었다.
4) 승진을 할 기회가 10년 안에 없을 것 같다.
(현재 그렇게 확인되고 있음)
5) 승진을 해도 더 많은 책임과 더 힘든 시간들을 보내게 될 것 같다.
6) 출퇴근 거리가 너무 멀어서 나이트 근무를 하고
퇴근할 때 너무 졸려서 운전이 위험했다.
7)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개인적인 사유였습니다.
아주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언젠가 관련 내용도 따로 적어볼 기회가 있을 것 같네요^^
지금 같은 시기라면, 의정갈등과 어려운 경기로 인해서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면 퇴사는 하시면 안 되겠죠?
같은 일을 한다면, 임상에 있고 싶다면
규모가 있는 큰 병원을 선택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첫 째의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었는데,
육아휴직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해보고, 퇴사를 조금 더
고민해 봐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휴식기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활용하시면서
충분한 고려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대학병원이라는 곳은, 한번 퇴사하면 다시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건강과 태움 등의 문제가 있다면,
나의 안녕이 가장 우선입니다.
그렇지만, 당장 힘들어서 퇴사를 고려하신다면, 편하게 일하면서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은 어디에도 어느 직장에도 없다는 점을
한번 생각해 보시기를 당부드리고 싶네요.
나의 장기적인 인생 목표를 생각해 보고 움직이시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 글은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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